(6) 백준기, 200만원 빚내 700만원 단칸방 신혼시작한 사람
△ 백준기씨(왼쪽)와 그의 아내(오른 쪽). 백씨는 회사원, 아파트 입주자대표 및 시인지망생이다.
같이 있으면 긴장할 필요도 뽐낼 필요도 없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듣고, 아무생각없이 말해도 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을 '수더분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백준기씨가 그런 사람인 것 같다. 특별한 것 없는 특별한.
길냥이 아저씨로 유명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사원 백준기씨는 울산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모아파트 입주자대표이다. 그런데 그곳에서는 ‘길냥이 아저씨’(길 고양이를 보살피는 사람)으로 더 알려져 있다.
6~7년전 산책중 가냘픈 길냥이가 애처롭게 쳐다봐서, 갖고 있던 개사료를 조금 주니, 그걸 입에 물고서 (초췌한) 자기는 먹지 않고 새끼입에 넣어주는 걸 보고서, 짠한 마음이 일어 길고양이에게 시선이 갔다고 한다. 그럭저럭 사료값과 간식비를 포함하면 한달에 약 70만원정도 들어간다고 했다.
길냥이로 인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고 때로는 해코지도 하기 때문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 백씨는 먹이를 주는 것 이상으로 “먹이통 근처가 음식물 쓰레기장으로 변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하였다.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백씨는 직접 정치에 참여하지 않는 회사원이지만, 나름 진보와 보수진영 정치인들과 교류의 폭이 넓다.
딸이 초등학생, 고등학생 때 각각 양육원 친구를 집에 데려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친구들이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았다한다. 19세가 되면 생활정착자금 500만원(2~3년전 기준)을 갖고 시설에서 나와서 자립하여야 한다.
우리나이 20세에 500만원으로 세상과 승부를 봐야 한다, 가능한 일인가...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친구들 끼리 모여서 비행을 하게될 가능성이 높아진단다. 비록 안 좋은줄 알지만, 이 울타리마저 벗어나면 철저히 혼자가되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집에 초대해서 음식대접 했더니 먹지않길래, 갈 때 가져가라고 하니 다 가져가더란다. 양육원에 있는 친구생각에, 같이 먹을려고 먹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걸 보고 그저 가슴으로 울고만 있을수 없지 않은가... 조금이라도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하고자 하는 바램으로, 이러한 소외계층들에게도 복지정책이 실현되었으면 하는 염원으로, 정당인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한다.
아파트관리소 직원들을 챙기는 입주자 대표자
백씨가 입주자 대표로 있는 아파트 관리소 안옥희 소장은 “저런 대표님 없지예. 명절되면 경비 및 직원들 휴가비, 선물 챙기고, 가끔씩 관리소에 와서 애로사항 물어보고 해결해주곤 합니다.” 면서 “보통 관리소 직원들은 입주민들의 갑질 때문에 근속기간이 1~2년정도인데, 우리 아파트는 대표님이 저렇게 직원을 챙겨주시니, 입주했을 때 직원 그대로 대부분이 10년이상 근속자들입니다.” 면서 입주민들과의 마찰없이 근무할 수 있도록 애를 쓴다고 알려 줬다.
저는 세상과 사회로부터 혜택받은 운 좋은 사람입니다.
백씨는 스스로를 운좋은 사람이라 여긴다. 태광산업을 거쳐 에스오일에 다니는 탄탄한 직장인이기 때문이란다. 결혼할 때 200만원을 빌려 700만원짜리 단칸방에서 신혼을 시작했다고 한다. 교대근무관계로 지금도 해외여행은 갈수 없지만, 국내여행은 가족들과 자주한다고 한다. 이러한 세상과 사회에 대한 고마움을 종종 시로 표현한단다.
백씨에게 시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에 “내가 있는 이 곳에서 자신과의 대화를 기록하는 행위이다”라고 했다. 다음은 백씨의 대표작 '능소화'이다.
△ 고택 흙담벽에 곱게 핀 능소화
능소화 / 백준기
오매불망 떠나간 님이
그리워 찿아올까
담너머로 고개를 내밀고
기다리다 지쳐 처연하게
꽃을 피웠다.
새색시 애틋한 마음
주황색 저고리 고름
곱게 여미듯
가녀린 줄기따라
어여쁜 꽃으로 피어난
그리움 가득찬 능소화.
인적없는 골목길
돌담 너머로 그리움이
대롱대롱 매달려
님이 오길 기다리네.
꽃잎은 떨어지지 않고
꽃한송이 홀로 떨어지는
서글픈 이별의 능소화.
이루어질수없는 사랑속에 끝없는 그리움만이
가득 채워져 있네.
[울산사람들 석원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