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2-12-16(금)
 

서울 촛불문화제를 오가면서 이휴태 선생님의 버스연설을 몇번 들었다. 어떤 날은 “촛불이 불씨가 되어 마침내 커다란 횃불로 타 올라 거짓과 선동, 이기적이고 몰상식한, 부패한 모든 것들을 프라이팬에 모아 달구고 소금쳐 숨죽여 놓아야 합니다."라며 격정적이었고, 또 어떤 날에는 “지금 창밖에 비가옵니다. 문득 흙냄새가 그리워집니다.”라며 심금을 자극하기도 하였고, 또 어떤 날은 “오늘 햇살이 화창합니다. 제가 노래 한 곡 하겠습니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라는 곡입니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라며 대금의 울림같은 성대의 떨림을 들려 주기도 하였다.

 

「울산아고라」 단톡에도 가끔씩 글을 올린다. 특히 <그릇된 일들도 목소리 크고 당당하면 정의롭고 정당화된다고 생각하는 현실에 우리들은 서 있죠> 라는 글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본인 스스로 복지관 셔틀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이라 소개하였다.

 

직업에 높고 낮음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적어도 필자의 부족한 소양으로 생각컨데, 직업이 갖는 선입견은 어느 정도 있다고 본다. 즉 운전을 오랜기간 동안 했다면 순간적인 집중력이나 상황변화에 대처하는 순발력은 뛰어나지만, 깊은 사유와 다양한 주제 전개능력은 낮다고 본다.(필자의 편견임을 밝혀 둡니다. 운전하시는 분 모두가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양해 말씀 올립니다.) 그렇지 않으면 교통사고 발생확률이 높아져서 오랜기간 그 직업을 유지할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휴태 선생님의 과거 이력이나 또는 드러내지 않으면서 하고 있는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휴태 선생님은 사회복지사 1급 자격으로 울산셔틀버스운전원으로 공개채용되면서 서울에서 이곳 울산으로 내려오셨다. 복지사로의 근무는 2014년 1월1일 부터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그 전에도 지금 현재도 연극배우로 오히려 명성이 나있다. 특히 모노드라마(1인 연극) 배우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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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휴태 선생님

배우 이휴태 선생님 출연한 연극으로는 모노드라마인 아버지를 비롯해서 Mi Amor(미아모르), 메피스트, 당통의 죽음, 병사 보이체크, 오동추야 달이 밝아 외 다수 작품이 있다. 특히 <아버지>는 이휴태 선생님의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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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연극 '아버지'의 한 장면

1인 연극 '아버지'는 어떤 작품인가? 소설가 한승원(소설가 한강의 부친)의 희곡 ‘아버지를 위하여’가 원작인 모노드라마이다. 모노드라마 <아버지>는 그 동안 주연배우와 연출이 바뀌는 과정을 겪다가, 2010년 이휴태 선생님을 만나면서 새롭게 거듭 태어났다. 

 

작품내용도 원작가 허락하에 대폭 수정각색하였고 조명 음향등 각종 연출도 모두 직접하셨다. 원작자 한승원 선생님께서 "이제는 <아버지>가 휴태 작품이네"라는 말을 하실 정도로 모노드라마 <아버지>는 이휴태 선생님 손을 거치면서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우리들 앞에 서게 되었다. 

 

연극의 무대는 전라도 장흥 출신 김오현이 회갑 잔치를 펼치는 현장이며 줄거리는 십일 남매를 낳고 키우며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대사 질곡이 함께 녹아 있다고 한다. 이휴태 선생님은 이 작품을 통해 「아버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인생의 지침서이고 기둥이다. 자식과 가정을 위해 흔들리고 도전받으면서도 묵묵히 땀 흘리는 이 땅의 모든 아버지를 위한다.」 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어 하신다.  

 

특히 올해 2019년 9월 19일부터 23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전세계 6개국 7개 팀이 경쟁을 벌인 「제 6회 국제모노드라마페스티벌」 에서 한국팀을 대표해서 출전한 이휴태 선생님의 <아버지> 극이 최우수 연기상과 연출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실적을 일궈 내었다. 내년 2020년 러시아와 동유럽권의 연극페스티벌에도<아버지>작품으로 참가할 예정이고 국내에서는 연말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곳 울산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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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국제모노드라마페스티벌(몽골 울란바토르) 대상 상장과 부상

이휴태 선생님은 연극배우말고도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치유드라마 활동가, 사회복지사 1급, 요양보호사 1급, 유아언어재활전문가 1급, 호스피스 전문심화교육 수료 등 이다. 필자는 일련의 자격증 등을 보고 「사람의 상처에 대한 치유활동」에 관심이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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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한잔 권하는 이휴태 선생님

그래서 물었다. “이번 조국가족에 대한 검찰권력의 폭거 사태를 보면서 어떤 마음으로 촛불을 드셨습니까?” 이에 이휴태 선생님은 “거대 권력앞에서 난도질당하는 가족, 사회의 가장 기본 요소인 가족, 그 가족을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촛불>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하신다면요?” 

“촛불의 수가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당당하고 우뚝선 작은 촛불 한 자루>면 충분합니다. 어둠과 절망에 갇힌 사람이 저멀리 산중에 작은 초 한자루가 꼿꼿이 서 있으면서 밝히는 불빛을 접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만으로도 길 잃고 힘들어 하는 그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되지 않겠습니까?" 

 

인터뷰 초안을 보여주자 이휴태 선생님은 “지금 여기 이 순간 순간에 존재하고 있을 뿐인데...... 조금 거창해진 느낌입니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글의 제목을 『지금 여기 서있는 사람, 이휴태』로 하였다. 

 

※ 「울산사람들」 코너에서는 울산 시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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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지금 여기 서있는 사람, 이휴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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