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2,00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온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2009년 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보다 약 4배 이상 전염성이 강하고 치사율도 3.5%로 꽤 위험한 수준이다. 무엇보다 이 바이러스가 무서운 점은 생존력이 강하고 빠르게 변이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이 탓에 치료제 개발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의대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 중 80%는 가벼운 증상만을 경험하다 회복하기 때문에 특별한 치료제가 없더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오 교수의 말처럼 코로나19 확진자 중 사망에 이를 정도의 중증 환자는 대부분이 면역력이 떨어지는 고연령층이었다.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는 일반 확진자의 경우에는 환자의 증상을 치료하는 대증요법(對症療法)과 본인 고유의 면역력 만으로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것이 가능했다.
특별한 치료제 없이, 강화된 면역체계만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면역력이 저하되어 여러 병원균에 노출되는 일이 많다. 몸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를 상대적으로 더 소모하면서 면역세포에 할당하는 에너지가 줄어들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지게 된다. 면역력이 강하다고 100%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면역력이 강하면 코로나19에 대항할 가장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고 있는 셈이다.
면역력을 높이는 첫 걸음은 당연히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이다. 이미 이 두 가지는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입증되었다. 여기에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단 역시 면역력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독감과 급성 호흡기 질환에 효과가 좋은 비타민D를 흡수하거나 섭취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영양소는 햇빛을 직접 쬐어야 발생한다. 요즘처럼 외부활동이 자제되는 시기에는 비타민D를 자연적으로 보충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영양제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비타민D는 과다하게 섭취해도 부작용이 나올 수 있으므로 1일 권장량을 확인해서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 건강상태에 따라 다소 권장량이 달라질 수 있으나, 한국 성인기준 1일 800 I.U (30분 정도 햇빛을 쬐면 얻을 수 있는 양)를 권장량으로 정해놓고 있다.
충분한 수면이 각종 호흡기 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숙면을 취할 때 최고점에 달하는 멜라토닌(melatonin)이 체내 면역세포에 관여, 면역력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미국 의사협회 저널(JAMA)에 실린 논문 중에는 이러한 내용을 실험한 연구 결과도 있어 신빙성을 더해준다. <수면 결핍이 면역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연구진은 최근 3년간 독감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23세의 청년 25명을 피실험자로 선정하고, 일주일 정도 이들의 수면시간을 의도적으로 제어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하루에 8시간 이상의 숙면을 취한 그룹이 하루 4시간을 잔 그룹에 비해 바이러스 항체 생성 능력이 2배 이상 높았다. 숙면만으로도 면역력이 2배 이상 강화된 것이다.
환절기에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급격한 온도 변화다. 체온은 면역력의 가장 큰 척도이다. 체온이 1도 높아지면 면역력은 3배 이상 증가하며, 반대로 체온이 1도만 낮아져도 면역력이 30% 가량 떨어진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확립하기 위해서는 항상 일정한 온도와 혈압, 혈당 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진대사가 가장 활발할 수 있는 적정 체온은 36.5~37°C다. 이를 유지하기 위해 옷을 충분히 따뜻하게 입어서 체온을 조절해야 한다. 외부의 온도가 급격히 변화하는 환절기에도 내외부의 온도차가 5°C 이상 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것이 좋다. 습도 역시 40~70%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면역력 강화에 좋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