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은 수면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잠은 시간 낭비다. 인간이 동굴에 살던 시절의 유산이다.”라는 말처럼, 그는 광적으로 잠을 줄이는데 집착했다. 잠을 많이 자는 것은 부도덕한 것이고, 수면은 비생산적이며, 두뇌의 기능을 중단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에디슨이 당대의 위대한 발명가였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 수면과학의 시점에서 바라보면 에디슨의 잠에 대한 생각은 잘못된 것이며 주관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일설에 의하면 에디슨은 매일 2번씩 낮잠을 자지 않으면 제대로 깨어 있지 못했고, 낮잠을 2~3시간 자기도 했다고 한다. 어떨 때는 며칠 간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연구하다가 30시간 정도 잠을 자기도 했다고 하니, 에디슨의 하루 수면시간이 정말 4시간이었는지는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수면의 생리학적 규명은 1924년 독일의 한스 베르거(Hans Berger)가 뇌파 기록에 성공한 이후로 비약적으로 발전되었다. 베르거는 인간의 머리 위에 전극을 붙이고 미세하게 전위가 변화하는 것을 기록하는데 성공했다. 그 후 케임브리지 대학의 유명한 생리학자 에드가 더글라스 아드리안(Edgar Douglas Adrian)이 베르거의 발견을 옹호하면서 전 세계의 학자들이 인간의 뇌에서 전기활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정신상태가 안정되어 있을 때 나타나는 매초 10회 전후의 전위변동을 알파(α) 파라고 정의한다. α파의 주파수는 매초 8-12회로 그 중에서도 10Hz가 많은 빈도로 나타난다. 눈을 감고 조용히 있을 때, 특히 후두부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눈을 뜨면, 갑자기 α파보다 진폭이 낮고 빠른 파인 약 13-26Hz의 베타(β)파가 나타난다. 반면, α파보다 느린 4-7Hz의 세타(θ)파는 건강한 사람 중에서도 젊은 층에서 많이 보인다. θ파보다 더욱 느린 3Hz 이하의 델타(δ)파는 각성상태의 건강한 성인에게는 나타나지 않는다. δ파는 수면이 깊어졌을 때 나타나는 뇌파로, 만약 성인이 수면 이외의 시간에 δ파가 나타난다면 질병 상태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뇌파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수면상태를 조사하기 위해서 흔들어 잠을 깨우거나 잘 때의 호흡 등을 측정하여 수면의 깊이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수면 중에 뇌파의 변화를 발견하게 되고, 그에 따른 수면의 깊이를 분류하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뇌파의 특성에 따라 1단계부터 4단계까지 구분할 수 있는데, REM수면이라는 특수한 단계가 있다. 이 단계에서의 뇌파는 얕은 잠에 해당하는 1단계와 비슷하지만 관찰해보면 안구가 좌우로 빠르게 움직여서 눈을 뜨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Rapid eye movement의 앞 글자를 따서 REM수면이라고 한다.
REM 수면은 깨어 있는 것에 가까운 얕은 수면이며 안구의 빠른 운동에 의해 구분된 수면의 한 단계이다. REM수면은 토닉 (tonic)과 페이식 (phasic)이라는 두 단계로 구분되며, 이 이름은 1950년 초기 유진 애서린스키 (Eugene Aserinsky)와 너새니얼 클라이트먼 (Nathaniel Kleitman)이 지어 정의한 것이다.
REM수면의 기능은 과학적으로 완벽하게 규명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학자들이 계속 연구하고 있다. 기억 관련 가설, 본래 기능으로서의 중추신경계의 자극, REM수면과 창의성의 관계 등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에는 REM수면과 우울증 치료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모든 약물은 근본적으로 REM 수면 비율을 감소시키지만 전반적인 수면시간은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REM수면이 서파수면 (느린파형 수면, 깊은잠의 유형) 보다는 꿈과 더 높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발견은 꿈에 관한 연구를 자극하게 되었지만, 꿈의 기능에 관해서는 아직도 잘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부 연구자들은 REM수면이 조류와 포유류의 생존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실험 동물들에게 REM수면을 갖지 못하게 방해하면 수명이 단축된다. 아직 미지의 영역인 REM수면. 수면 부족인 사람이 REM수면에 더 빠르게 진입할 수 있다고 하는데, REM수면이 밝혀지면 인간의 뇌와 정신작용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가능할 것이라 전망한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