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모든 의료인과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커피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길거리에는 커피 전문점이 즐비해 있고, 식후 커피를 마시는 것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에 살고 있는 우리. 필자는 이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또한 환자들에게도 커피를 끊어야 한다고 몸으로 직접 실천하며 강조하고 있다.
커피를 오랫동안 마셔오면서 건강이 와르르 무너진 환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유 없이 피곤함을 느끼며, 충분한 수면의 질이 보장되지 않아 아침에 일어날 때 힘들고 온몸이 뻐근하다. 집중도 잘 안되고 속은 더부룩하며 어깨는 천근만근. 이런 만성피로로 고생하는 환자분들의 약 90% 이상이 모두 커피(카페인) 중독 상태이다.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지만, 충분한 수면은 건강한 생활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수면과 관련된 커피 또는 다른 카페인 음료의 섭취량을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불안장애, 공황장애가 와서 관련 양약을 복용하면서도 커피를 매일 마시는 환자분들이 참 많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는 빈혈을 더욱 악화시키고 갑상선 호르몬 기능의 이상까지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커피로 인해 면역 기능 또한 저하될 수 있다. 만성 위염, 만성 식도염, 비뇨기계 질환, 잘 낫지 않는 피부질환 등 커피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필자에게 치료를 받으면서 커피를 끊지 못하는 환자들은 회복이 대부분 더디었다. 반면, 커피를 끊거나 커피 섭취를 줄여서 충분한 수면을 취한 환자들은 회복 속도가 현저히 빨라졌다. 수 년 간 괴로워하던 증상들이 커피를 끊은 지 1-2주 만에 빠르게 없어지니 참 놀라워했던 분들도 많았다.
우리가 잠에서 깨어나 활동하는 동안, 뇌 속에서는 에너지를 소비한 후 아데노신(adenosine)이라는 물질이 쌓이게 된다. 아데노신이 많아지면 아데노신 수용체와 결합해서 졸음을 일으키게 되고, 잠이 든 동안 아데노신은 분해되어 없어진다. 그래서 아침에 깨어날 때 뇌 속에는 아데노신이 없어지고, 상쾌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사진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카페인은 아데노신이 수용체와 결합하여 뇌 속에서 제거되는 것을 방해한다. 그리고 카페인 자신이 수용체와 결합하게 된다. 카페인이 몸 속에 남아있으면 자는 동안 아데노신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게 된다. 그러면 다음 날, 뇌 속에 아데노신이 제대로 청소되지 못한 채로 아침을 맞게 된다. 뇌 속에 피로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게 된 것이고 우리는 다시 카페인을 찾게 된다.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카페인은 우리를 잠깐 기분 좋게 만들어주고 집중력과 수행력이 향상된 것처럼 착각하게 하는 일종의 마약(痲藥)이다. 물론 카페인이 짧은 시간동안 정신을 또렷하게 만들고 더 많은 에너지를 쓰도록 만들어줄 수 있다. 하지만 매일 섭취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카페인이 떨어졌기에 더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이지 실제 작업능률이 오르지는 않는 것.
카페인은 뇌혈관을 수축시켜 좁게 만든다. 뇌혈관이 좁아지면 뇌에 제대로 영양공급을 하기 어렵고 뇌는 더욱 피로해진다. 만성 두통에 시달리게 되는 것은 물론, 치매증상도 조기에 발생할 수 있다. 카페인은 심혈관도 수축시켜 맥박을 빠르게 하고, 가슴이 두근거리게 한다. 카페인이 신경세포를 과다하게 자극한 결과 쉽게 초조해지고 불안해지기도 한다. 교감신경을 과도하게 활성화해 자율신경실조를 일으키고 호르몬 불균형을 초래한다.
카페인은 우리 몸을 계속 긴장상태로 유지하게 만든다. 농경사회 이전에 인류는 대부분의 시간을 사냥과 수렵에 투자했고, 맹수들을 피해서 동굴에서 잠을 자면서 생활했다. 맹수로부터 힘껏 도망가야 할 때가 바로 스트레스 상황인 것이다. 스트레스가 때로는 우리에게 유익하지만, 스트레스 이후의 이완과 휴식은 필수다. 하지만 카페인이 우리 몸 안에 있을 때는 이완이 안 된다. 계속 몸은 긴장 상태에 있는 것이다. 카페인 중독은 우리 몸을 더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커피로 인해 건강이 무너진 환자들.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당장은 내 건강이 좋더라도 언제 내게 심각한 질병들이 나타날지 모른다. 무너진 건강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무너지기 전에 몸과 마음의 독약(毒藥)일지도 모르는 커피(카페인)를 멀리하면 좋겠다.
성주원 경희솔한의원 원장, 한의학박사, 경희대 한의과대학 외래교수